[조선일보]"섬나라 몰디브가 물에 점점 잠겨요"
2010-08-07
섬나라 몰디브가 물에 점점 잠겨요
순천=조홍복 기자 powerbok@chosun.com
잼버리 참가한 두 소년 故國의 수몰위기 걱정
지난 4일 전남 순천에서 개막한 청소년 야영축제인 제27회 아·태 잼버리에 참가한 모하메드 샤리그(Shaarig·16)군과 모하메드 알한(Alhan·14)군은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몰디브의 수도 말레 출신이다. 스리랑카와 싱가포르를 경유한 비행기는 이틀을 꼬박 날아 낯선 이국땅에 도착했다.
5일 오전 순천 서면 운평리 청소년수련소 야산 중턱 텐트에서 맞이한 타국에서의 첫 아침. 습기를 잔뜩 머금긴 했지만 고향에서 느낄 수 없던 신록이 내뿜는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샤리그군은 태어나서 처음 산을 봤다. 산중에서의 생활이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알한군은 작년 필리핀에서 처음 등산했는데, 한국 산은 엄마 품처럼 아늑해 좋다고 했다.
▲ 몰디브에서 온 모하메드 샤리그(왼쪽)군과 모하메드 알한(가운데)군이 대나무와 밧줄을 이용해 야영지 출입문을 만들고 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이날 오전 수련소 내 개척물 제작 교정. 나뭇가지 등 주변 물건을 이용해 야영에 필요한 깃대와 영문(營門), 망루, 빨랫줄, 식기 건조대 같은 생활용품을 만드는 방법을 익히는 곳이다. 8명과 한 조를 이룬 샤리그와 알한군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손목 굵기의 길이 1~2m 대나무 6개를 밧줄을 이용해 능숙한 솜씨로 얽었다. 금세 근사한 야영지 출입문이 완성됐다. 두 소년은 고향에서 평소 밧줄로 이런 일을 많이 해봤다고 했다. 절반도 끝내지 못한 다른 조의 한국 대원들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몰디브 소년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어렵게 말문을 연 샤리그군은 만약 언젠가 고향이 물에 잠기면 나무는 어디에서 구하죠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몰디브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얘기였다. 두 소년은 몰디브의 이런 실상을 잼버리 참가 대원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1192개의 작은 산호섬으로 이뤄진 몰디브의 평균 고도는 1.5m. 전 국토에서 인공구조물을 제외한 가장 높은 고도는 2.3m에 불과하다. 섬인 수도 말레 외곽으로는 바다의 범람을 막기 위한 방파제가 둘러져 있다. 알한군은 어릴 때 있었던 언덕이 어느 순간 물에 잠겨버렸다며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은 국토 수몰에 대비해 다른 나라의 땅을 매입할 방안을 세웠다고 한다. 나시드 대통령은 작년 10월 세계 최초로 수중 각료회의를 열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도 했다.
한국스카우트 연맹 초청으로 방한한 두 소년은 행사 마지막 날인 9일까지 42개국 1만200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들에게 몰디브의 어려움을 알릴 계획이다.
한국스카우트 연맹 홍승수 사무총장은 세계연맹 원칙에 따라 참가비와 항공비를 지원해 저개발국 청소년과 지도자를 이번 대회에 초청했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에선 몰디브와 네팔, 캄보디아 등 25개국 청소년 41명이 혜택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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