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기고/홍승수_자원봉사, 더 나은 세상 향한 작은 실천
2011-03-18
[기고/홍승수]자원봉사, 더 나은 세상 향한 작은 실천 [원문보기]
▲홍승수 한국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
자원봉사자를 뜻하는 볼런티어(Volunteer)는 ‘자유의지’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Voluntas’에서 유래되었다. 그 어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자원봉사란 자유 의지로 시간과 정성, 기술을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베푸는 행위다. 이는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 창조를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시민권 행사다.
스카우트 운동이 1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도 바로 대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성인 지도자들로부터 비롯됐다. 나는 스카우트에 20년 이상 몸담으며 수많은 지도자를 만나왔다. 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를 청소년들의 활동을 위해 반납하는 일은 기본이고, 자신의 능력과 시간, 자원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지도자들을 보고 있으면 자원봉사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평범한 시민들의 자발적 선행인 자원봉사의 가치를 무엇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과연 봉사한 시간에 평균값을 곱하는 방법으로 봉사의 가치를 따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한낱 숫자로 그 가치를 국한시키며, 봉사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공짜 노동력’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봉사의 가치를 정의하는 최악의 방법일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은 가치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보수성은 자발성, 이타성, 지속성과 더불어 자원봉사의 4대 요소 중 하나로 봉사자들은 정신적인 보람과 만족 이외에 어떠한 물질적 보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자원봉사가 무보수인 까닭은 이를 통해 얻어지는 성취감과 활기찬 사회 건설에 있어서의 가치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고결하기 때문이리라.
이제 한국의 시민사회도 자발적 봉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믿는다.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태안반도의 검은 기름을 걷어내기 위해 모여들었던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학생과 주부, 직장인 등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차가운 해풍을 맞으며 쓰레받기로 원유를 퍼 담아내던 이들은 세계를 놀라게 하였고, 여전히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우리 국민에게는 공동체의 행복과 발전을 추구하는 선진 시민의식이 이미 싹텄다. 그리고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을 기대하기보다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핵심적인 역할로서 자원봉사를 바라봐야 한다.
자원봉사는 어려운 것이 아니며,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관심 있는 분야에서 주변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이 작은 실천으로부터 ‘더 나은 세상’이 꽃피게 된다.
이웃나라 일본이 사상 최악의 대지진으로 절망에 빠져 있다. 지금은 세계 시민으로서 지구촌 가족의 아픔을 공유하고, 재난 극복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홍승수 한국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
[동아일보 3월 18일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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