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뛰고 달리는 선수들 보니... 내 다리도 들썩
2011-09-05
“뛰고 달리는 선수들 보니… 내 다리도 들썩” [원문보기]
■ 6·25 때 대구 피란 93세 이정득 씨 母子
“대구라고? 6·25 때 장사하며 피란생활을 하던 곳인데….”
아들의 차가 동대구 나들목을 통과하자 93세 노모는 눈시울을 붉혔다. 노환으로 평소 자유롭게 대화하기 힘들지만 이 순간만은 많은 말을 쏟아냈다. 6·25전쟁 이후 모자가 함께 대구를 찾은 건 61년 만이다. 본보가 홈플러스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오전 경기 보기 캠페인’ 이벤트 당첨자 이정득(93), 손영성 씨(61·전 진천 덕산중 교장) 얘기다.
93세 노모 이정득 씨(왼쪽), 아내 이종남 씨(가운데)와 함께 28일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손영성 씨. 모자가 함께 대구를 찾은 건 61년 만이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모자에게 대구는 약속의 땅이다. 충북 청주에 살던 이 씨는 6·25 당시 대구로 가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전쟁 통에 헤어졌던 남편과 다시 상봉한 곳도 대구다. 이런 노모를 모시고 28일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손 씨는 “동아일보 덕에 어머니께 세계 최대의 육상 축제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을 드렸다. 이곳이 대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어머니 이 씨는 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쳤다. 당시 병원에선 열흘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했지만 기적처럼 살아났다. 효자인 손 씨는 어머니를 전문 요양기관이 아닌 집으로 모셨다. 가족들의 지극 정성 덕에 지금은 휠체어를 타면 나들이도 문제없을 정도로 회복했다. 이날 동행한 며느리 이종남 씨(59·청주 덕성초 교사)는 “어머니는 배구, 농구, 프로레슬링 등 역동적인 스포츠 중계화면을 보시면 기운이 난다”며 “대구 조직위의 배려로 휠체어를 탄 어머니를 본부석 바로 앞 특별 장애인석에 모실 수 있었다”며 감사해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동아일보 8월 29일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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