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10개국어 하는 비결이요? 그 나라 문화에 빠져보세요
2011-11-10
10개국어 하는 비결이요? 그 나라 문화에 빠져보세요 [원문보기]
불가리아 교민 강캐시양의 외국어 공부법과 진로 찾기 비법
불가리아·영국 명문대 합격했지만 모국어 더 배우려 서울대 진학 결정
가족·친구들과 대화, 꿈 찾는데 도움
이경민 기자 kmin@chosun.com
동유럽의 숨은 보석으로 불리는 불가리아에는 우리 교민 18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한국인 강캐시(18)양은 일찍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다양한 고대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등 불가리아에서도 수재로 꼽힌다. 올해 9월 서울대학교 인문학부에 입학한 강양을 만나 불가리아의 공부 환경과 외국어 공부법, 진로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언어의 어원 알면 어느 나라 말이건 퍼즐처럼 재밌어져
불가리아에서는 한국의 중학교 3학년 정도가 되면 전공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고등학교부터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거죠. 때문에 불가리아의 고등학교는 수학전공고등학교, 언어전공고등학교 등으로 나뉩니다.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초중고 시기를 보낸 강양은 고대언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장래희망인 UN 총장이 되기 위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싶었다. 그녀는 모든 언어에는 언어의 뿌리가 있다. 그것이 바로 고대어다. 고대어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나라의 문학을 접하게 되는데 문학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 그래서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타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유럽에 있는 불가리아는 유럽 특유의 장점인 다언어, 다문화 발달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덕분에 학교 커리큘럼만으로도 고대어를 접할 수 있었다. 강양은 모국어인 한국말은 물론, 불가리아어, 히브리어, 라틴어, 헬라어, 고대 불가리아어,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를 구사한다. 고대어의 경우 불가리아에서는 학교 수업으로 지정돼 있다. 고대어를 통해 언어의 어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퍼즐을 맞추듯 쉽게 여러 언어를 익히고 흥미를 갖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양은 201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 라틴어 올림피아드 불가리아 대표 선발대회 1위, 불가리아 지역 영어대회 입상, 고대언어 고등학교 전 학년 장학생 등을 통해 언어의 강자임을 증명했다. 그녀의 이런 노력은 불가리아 최고 대학인 소피아대학교와 고대어 전공으로는 세계 15위안에 속하는 영국의 로열 홀로웨이 대학교의 입학허가로 결실을 보았다. 강양은 다양한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모국어인 한국어를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서울대학교로 진학했고 지금은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배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강양의 언어 공부 비결은 무엇일까? 강양은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이다. 처음에는 힘들지 모르지만, 수준에 맞는 원서를 택해 읽다 보면 단어 찾기도 쉬워지고 어원을 통해 그 언어의 숨은 이야기들을 살필 수 있다. 무작정 언어만 배울때보다 문화와 역사가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공부한다면 즐겁고 쉽게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로, 가족·친구와의 대화 속에서도 알아낼 수 있어요
불가리아의 고등학교 수업은 한국의 고등학교 수업보다는 대학 수업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전공별로 수업을 듣고 깊이 있게 토론하고 문제를 풀고 외우기보다는 서로 생각을 나누고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기 때문이죠
고 1 과정까지는 기초학력을 위한 다양한 교과를 공부하지만 고 2가 되면 본격적으로 전공 수업 위주의 학업이 시작된다. 고대언어를 전공한 그녀는 문학, 언어, 역사 수업을 주로 들었다. 과목마다 연계되기 때문에 전과목이 하나의 큰 틀 안에 있었다는 것도 한국 교과와는 다른 점이다. 강양은 한국은 학교 수업시간이 많은 것 같다. 불가리아는 한 학기는 오전반(오전 7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한 학기는 오후반(오후 2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으로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학원을 가거나 책을 보는 등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불가리아는 국민 대부분이 러시아 문학을 접하고 있다. 강양 역시 학교 수업 외에는 러시아 문학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강양은 모든 수업이 진로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매 수업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시스템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진로를 확고히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한국스카우트연맹 주최 자랑스러운 청소년 대상, Youth Hero Prize에서 진로부문을 수상한 그녀는 진로 선택에서 주변인들과의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하고 꿈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가족, 친구들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내가 모르는 나, 나의 장점 등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나만의 관심사는 있기 마련이죠. 주변인들과 함께 나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어떻게 꿈을 향해 나가야 할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보기 바랍니다.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조선일보 11월 10일 F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