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스카우트 ‘산 증인’ 권영섭 옹 별세
2012-03-13
스카우트 ‘산 증인’ 권영섭 옹 별세
한국스카우트연맹 전신인 ‘조선소년군’ 창설 멤버
한국 스카우트 역사의 산 증인 권영섭(109·사진) 옹이 지난 10일 별세했다.
권 옹은 1904년 1월 27일 경북 봉화군 닭실 마을에서 태어나 일생을 스카우트 운동과 함께 했다.
그는 1922년 10월 조철호가 결성한 조선소년군(한국스카우트연맹의 전신)의 창설멤버 8명 중 한 명이다.
조선소년군의 배일(排日) 운동으로 조철호 총사령관은 물론 권 옹도 경찰에 자주 붙잡혀가 고초를 겪었다. 이후 소년군 대장을 지내기도 한 그였지만 일제의 탄압에 못 이겨 이 단체는 1937년 9월 해산됐다. 조선소년군의 행군 휘장에 사쿠라가 아닌 무궁화가 그려져 있다는 이유였다.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함께 조선소년군은 활동을 재개했다. 조선소년군은 서울에만 5연대를 조직했을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 그는 시계수리점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조선소년군 활동을 계속했다. 이 단체는 1946년 보이스카우트 중앙연합회로 전환됐다. 이 활동을 하면서 그는 인촌 김성수, 김구 선생과도 교류를 텄다.
6.25전쟁이 터진 후 1·4 후퇴 때 그는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와 평생을 중구 남산동에서 살았다. 이 후 그는 100세가 넘는데도 별세하는 순간까지 스카우트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한 번도 안 빠지고 참여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구 민주당원 조직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인연으로 보내온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권 옹의 빈소 앞자리에 놓였다.
그는 매년 4월에 대전 현충원의 조철호 선생 묘소를 찾는데 지난 해에도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올 정도로 건강을 과시했다.
한국스카우트 경북연맹의 정철오 총무부장은 지난 여름 갑자기 방에서 일어나다가 넘어져 다리에 금이 가 이 때부터 잘 걷지를 못 하셨는데 지난 6일 동우회장단이 위문 갔을 때만 해도 그는 건강에 아무 문제 없다. 이번 모임에는 걸어서 가겠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10일 옆 환자하고 이야기하다 주무시듯 돌아가셨다며 한국 스카우트가 큰 별을 잃었다고 아쉬워 했다.
권 옹은 평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생에 돈을 못 모아본 사람이다. 그래서 애들에게 떳떳하지 못해.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줬지. 그 사람들이 축원해서 내가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같아
한국스카우트 대구 경북 연맹의 지도자 10여명은 12일 있었던 권 옹의 발인 때 스카우트 의식을 진행, 권 옹의 넋을 기렸다.
류상현기자 ryoosh@kyongbuk.co.kr
[경북일보 3월 13일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