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76세 당뇨병 노인, 사막 조난 10일만에 무사귀환
2012-04-02
76세 당뇨병 노인, 사막 조난 10일만에 무사귀환
보이스카우트 서바이벌 기술훈련 덕
당뇨병과 심장병을 앓는 76세 노인이 미국 네바다의 외진 사막에서 자동차가 고장나 열흘이나 오도가도 못하고 조난당했지만 건강하게 살아 집으로 돌아왔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그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십대시절 보이스카우트로 활동하며 배웠던 서바이벌 기술이었다.
‘인간승리’의 주인공은 콜로라도주 출신인 제임스 클레모비치. 당뇨병 환자에 심장혈관 수술을 3차례나 받았고, 심장박동기도 달고 다니는 상태였다. 그는 지난 17일 동료 라슬로 자보와 함께 네바다 주의 광산을 둘러보러 가는 중 휴대전화 서비스가 되지 않는 외딴 길에서 차가 꼼짝을 하지 않게 돼 사막 한가운데서 조난됐다. 두 사람은 불을 피우고 차 안에 있던 수건으로 도랑의 물과 눈을 걸러 병에 모아 마시며 구조를 기다렸다. 보이스카우트때 더러운 물을 걸러내 마시는 방법을 배웠던 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그러나 조난기간이 길어지면서 두 사람도 지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조난된 지 5일쯤 지나 자보가 도움을 청하러 떠났고, 클레모비치는 혼자 남게 됐다. 하지만 그는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고 매일 일기를 쓰고 아내에게 편지를 쓰며 불안감을 달랬다. 매일 무엇을 했고, 얼마나 물을 마셨는지도 기록했다. 내분비학 전문가인 존스 홉킨스 의대의 리타 칼리야니 교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당뇨병에도 불구하고 클레모비치가 사막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물을 충분히 마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편과 연락이 끊어져 불안감에 휩싸여있던 조앤 클레모비치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은 실종된지 10일째인 지난 27일. 그는 “최악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남편을 발견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고 말했다. 실종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섰던 군인들이 비교적 건강한 상태의 클레모비치를 발견한 것. 그러나 자보는 조난지점에서 2km정도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서정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