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성초교 스카우트, 충북 청원 연꽃마을 체험
“비닐봉지 하나만 더 주세요∼. 고구마 많이 캐서 아빠 한 봉지, 엄마 한 봉지 드릴 거예요.” 지난 9월 14일 충북 청원군 강내면 궁현리 연꽃마을.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미성초등학교 학생 80여 명(한국스카우트연맹 회원)은 고구마밭에서 고구마 캐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정민(11) 양은 “고구마 캐는 게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며 “고구마 두 봉지를 집에 가져가서 엄마 한 봉지, 아빠 한 봉지 드릴 생각”이라며 웃어 보였다. 옆에서 고구마를 캐던 조승연(11) 양은 “이렇게 큰 지렁이는 살면서 본 적이 없다”며 “지렁이는 무섭지만, 농촌에서 친구들과 함께 고구마를 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이날 행사는 지난해 11월 농협과 한국스카우트연맹이 맺은 ‘食사랑農사랑(식사랑농사랑) 어린이 육성 공동협력’ 업무협약 일환으로 서울 미성초등학교 스카우트연맹 소속 학생 80여 명이 연꽃마을을 찾아 열렸다.
학생들과 함께 연꽃마을을 찾은 채용산 한국스카우트연맹 훈육프로그램부장은 “아이들이 시멘트 바닥에서만 놀다가 진흙을 밟으며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처음에는 도시 아이들이 체험활동을 낯설어 하다가 이내 재미를 느끼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찾은 학생들은 처음에는 체험활동을 낯설어 했다. 활동 시작 전에는 “차라리 공부하는 게 낫겠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러나 고구마 캐기가 진행되면서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친구들과 고구마 많이 캐기 경쟁을 하는 모습도 보였고, 부모님과 동생에게 줄 고구마를 캐야 한다며 비닐봉지를 더 달라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전재영(11) 양은 “처음에는 고구마 캐는 게 낯설고 귀찮았는데, 고구마를 캐면 캘수록 묘한 재미가 느껴진다”며 “이런 체험행사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고구마 캐기 체험을 끝내고 양손에 고구마가 한가득 든 봉지를 든 아이들은 연잎 따기 체험을 하러 이동했다. 밤새 비가 와 연밭은 아이들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가장 용기 있는 학생이 누굴까요?”라는 인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몇몇 아이들이 먼저 연잎을 따기 위해 밭으로 뛰어들었다. 밭에 들어간 아이들은 물웅덩이가 무서워 밭에 들어오지 못하는 여학생 등에게 손수 딴 연잎을 따주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아이들은 손에 들고 있는 우산을 내려놓고 연잎을 머리에 뒤집어써 ‘간이 우산’을 만들기도 했다.
탁지우(11) 양은 “연잎이라는 것을 처음 보고, 연잎으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체험활동이 끝난 뒤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연꽃마을 ‘식교육 전문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고구마와 연잎을 재료로 요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조를 나눠 고구마튀김을 만들고, 연잎밥도 지어 먹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수확한 농산물이 근사한 요리가 되는 모습에 감탄했다.
이진규(13) 군은 “밭에서 고구마를 캐서 직접 고구마튀김도 만들고, 연잎을 따서 연잎영양밥을 만들어 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특히 연잎칼국수를 직접 만들어 먹으니 무척 맛있었다”며 “엄마에게 고구마와 연잎칼국수 요리를 많이 해달라고 해야겠다”며 밝게 웃었다.
아이들의 요리체험을 돕던 이상선(53) 연잎마을 대표는 “아이들이 ‘농부 아저씨들의 땀의 의미를 알게 됐다’거나 ‘밥 한톨도 남기지 않아야겠다’는 이야기를 하면 참 보람차다”며 “단지 수익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산 교육을 제공한다는 데서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청원=손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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